처음 코칭을 배울 때 실습과정에서 실수할 까봐 주저하던 모습을 보고 당시 고참 코치들은 “자신의 직관을 믿으세요!” 라는 말을 여러 번 해주었습니다. ‘상황에 맞는 질문을 할 수 있을까? 코칭을 하다가 버벅대지는 않을까? 여러 사람 앞에서 비웃음을 받지는 않을까?’ 이런 혼란스러웠던 생각이 가득했던 초보 코치 때의 기억이 새롭습니다.

그 이후 코칭자격을 따고 비즈니스 현장에서 리더를 대상으로 코칭을 할 때였습니다. 너무 강한 도전이 제게 생긴 겁니다. 솔직하고 투명하여 자기 생각을 거침없이 꺼내 놓는 분을 고객으로 만났던 겁니다. 그룹코칭 장면에서 그 리더는 조화롭고 헌신적인 모습을 보여주던 그런 분이었습니다. 그룹세션 후반부에 1대 1 코칭 장면에서 따로 마주하자 저로서는 느닷없는 상황을 맞이하게 됩니다.

<사례> 난감한 상황에서 직관으로 대응한 사례

팀장 : 제가 코치님에게 한 시간 동안 코칭을 받는다고 뭐가 달라지겠습니까?

예상치 못한 순간에 갑자기 훅하고 제 명치를 때리듯 고객의 말투는 날카로웠습니다. 코칭이 무슨 효과가 있겠느냐,며 힐란하는 말투였기에 속으로 무척 당황스러웠습니다.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긴장되는 상황이었습니다. 겉으로 태연한 척하며 되물었습니다.

코치 : 그렇죠. 달라지기란 쉽지 않죠. 하지만 팀장님이 마음만 먹는다면 5분이면 안될까요?

갑작스런 상황이라 저는 머리 속으로 어떤 전략도 생각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질문을 던지고 보니 저도 어떻게 이런 질문을 만들 생각을 했는지 하며 의아했습니다. 순간적으로 이게 직관이구나, 하는 감이 왔습니다. 팀장은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말 사이에 잠시 틈새가 벌어지는 걸 느꼈습니다.

팀장 : 제가 할 만큼 다 해봤는데도 전혀 나아지지 않는 그런 친구들에게 뭘 더 어떻게 더 하나요. 저도 성과를 내는 쪽으로 저의 에너지를 써야 하니까요.

코치 : 맞는 말씀입니다. 팀장님이 할만큼 다했다는 말은 충분히 그림이 그려집니다. 그리고 혹시 아직 시도해보지 않은 리더십이 아직 한가지 남아 있다면 팀장님은 해보시겠습니까?

이번에도 팀장은 고개를 옆으로 까딱하며 잠시 생각에 빠집니다. 직설적인 분임에도 말을 잇지 못하고 부정적 반응도 멈춘 걸 보면서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코치 : 팀장님이 평소 가치관으로 ‘애정과 존중’을 소중히 여기신다는 말씀이 기억나거든요. 충분히 그런 마음으로 그 팀원들을 대하셨으리라 짐작이 갑니다.

팀장 : 그렇게 하려고 노력은 했었지요.

처음보다 목소리는 훨씬 차분해졌습니다.

코치 : 저는 이 대목에서 한 가지 여쭙고 싶은 게 있거든요.

팀장 : 그게 뭐죠?

코치 : 팀장님이 팀원들의 성장을 도우려 무던히 애를 쓰고 했는데, 팀장님이 소중히 지키려는 ‘애정과 존중’이라는 핵심가치를 문제의 그 팀원들이 아나요?

팀장 : 아! 그렇네요.

이 반응을 보면서 팀장도 크게 자각하는 것이 생겼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팀장 : 그 친구들이 그걸 모르고 있겠네요.

코치 : 그 팀원들은 팀장님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요?

팀장 : 질문을 받고 보니 제가 부끄러워지네요. 그들은 제가 자기들만 미워한다고 생각할 겁니다. 제가 여러차례 가르쳐주었는데도 못 따라오니까 저도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었거든요. 애정과 존중이란 단어는 아예 그들 머리 속에 없을 거에요. 제가 반성이 됩니다.

코치 : 역시 자기성찰도 잘하시는 분이시네요.

팀장 : 코치님, 제가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겠네요. 내 입장에서만 생각하고 말하고 그랬었네요. 코치님이 말씀하신 아직 시도해보지 않은 리더십에 대해 더 잘 배워서 잘 써먹어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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