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포로 가는 길…내가 가야 하는 – 오정근코치

올해 몹시도 춥다. 55년만의 추위란 소리에 몸이 움츠려 든다. 마음이 가난해지거나 몸이 추울 때 황석영 작가의 ‘삼포 가는 길’이 떠오른다. 때로 ‘삼포로 나는 간다네~’ 하는 노랫말과 가락을 흥얼거리는 것도 소설에 담긴 막연한 정겨움 때문이기도 하다.

‘새벽의 겨울바람이 매섭게 불어왔다. 바람소리가 먼데서부터 몰아쳐서 그가 섰는 창공을 베이면서 지나갔다.’ 작가의 표현대로 날을 세우고 지나가는 칼바람이 어떤 건지 실감이 난다. 매섭기 그지없다.

겉 때 묻은 추레한 두 사내가 제 앞가림도 어렵건만 도망 중인 술집여인 백화에게 기꺼운 마음으로 선행을 베푸는 줄거리다. 경제가 어려운 이 시기에 정처 없이 삼포로 가고자 하는 나그네가 적지 않으리라 본다. 주인공들이 삼포로 가는 길은 몹시도 추운 날이었다.

“어이 육실하게는 춥네. 바람만 안 불면 좀 낫겠는데.” 요즘 같아선 주인공이 느끼는 추위가 어떤 건지 알만하다. 사내들과 우연히 만난 백화 이들 셋은 퇴락한 초가에 들어가 군불을 때어 몸을 녹여야 할 정도로 주머니도 배 거죽도 몸도 모두 한기를 느껴야 했다. 몸도 마음도 녹으며 이야기가 풀렸다.

백화는 군대 죄수를 가두던 부대 옆에서 술집 작부생활을 했다. 그녀는 몸과 마음이 얼어 지내는 군인죄수에게 따듯했다. 그녀는 그들 중 얼굴이 해사하고 어려 뵈는 죄수에게 담배 두 갑을 사서 쥐어 주곤 했다고 말했다.

작부일지언정 제 가슴을 열어 보살핌과 따스함을 전해주었다는 백화의 말에 사내들은 온정을 느꼈다. 군인죄수에게 베푼 것이 자신에게 베풀어준 것이라 여겼는지 모르겠다. 궁핍한 남정네 둘이 술집 주인 몰래 도망가던 백화에게 차표와 빵을 사주며 그녀의 안녕을 빌며 헤어졌다.

나를 대신해 백화를 돌봐준 것 같아 그들에게 고맙기까지 하다. 그래서 아름다운 이야기로 가슴에 잔잔히 남아 있다. 삼포란 명칭은 가상의 지명이라고 작가는 말했다. 내게 ‘삼포 가는 길’은 상상의 길만이 아니다. 삼포로 가는 길은 사람의 도(道)를 얻기 위해 내가 가야 할 길일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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