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와 거리감, 어떻게 줄일까? – 오정근코치

동물원의 동물은 우리 안에 갇혀 있는 자신을 불행이라 생각할까 아니면 포획자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받는 걸 다행이라 생각할까? 이런 평소 의문은 ‘파이이야기’란 소설을 읽으며 어느 정도 해소되었다. 동물원 주인의 아들이자 동물학자인 주인공을 통해 동물원 속의 동물은 동물원을 자신의 안식처로 받아들인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동물은 본능적으로 자기를 위협할지 모르는 대상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려 한다. 동물마다 안전거리를 갖고 있는 셈이다. 야생 홍학은 상대가 300m 이상의 거리를 두면 신경을 쓰지 않지만 그 이상 다가오면 긴장하고 덮치기도 한다. 기린은 자동차에 탄 사람을 30m까지 접근하는 것을 허용하지만, 걸어서 다가설 때는 150m까지 허용한다.

동물마다 거리를 재는 방식도 다르다. 고양이류는 보고, 사슴류는 듣고, 곰류는 냄새 맡으며 거리를 잰다. 그러니 동물들이 낯선 사람 앞에 익숙해지도록 하는 것이 동물원 운영의 기술이자 과학이라고 한다. 동물들은 훈련을 통해 사람과 친밀감이 커지면서 심리적 거리가 가까워진다. 사람들도 처음에는 거리감을 느끼다가 사귈수록 심리적 거리가 사라지는 것과 유사하다. 거꾸로 물리적 거리를 둔다는 것은 아직 친밀감이 덜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캐나다에 만난 중년부인이 이야기다. 며느리가 될 서양아가씨가 집으로 인사차 찾아왔기에 반가운 마음에 가까이 다가섰더니 뒤로 한 걸음 살짝 물러서더란다. 친밀감을 표시하려고 다시 천천히 다가서니 어느새 또 그만큼 거리가 생겼다며 그 부인은 서양인이 공간에 대한 확보심리가 강하단 인상을 받았다고 웃으며 말했다.

낯선 사람과의 만남은 의례 부담스럽기 마련이다. 개인적 신상을 털어놓는 심리상담이나 코칭에서야 더 이상 말할 바가 있으랴. 거리감을 줄이는 것은 하나의 기술이다. 동물원의 동물이 사람들과 거리감을 느끼지 않도록 훈련 받듯, 상담사나 코치는 고객(클라이언트)이 불안감을 갖지 않도록 이른바 라포형성을 위한 훈련을 받는다. 고객이 마음의 빗장을 열지 않으면 상담이나 코칭은 아예 이뤄지지 않는다. 사람 사이의 거리감은 다가선다고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상대에게 공감과 인정을 해줘야 사라진다. 이걸 알면서도 첫 말문열기는 늘 긴장이다. 오늘은 무슨 말로 거리감을 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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