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을 문제 삼지 않는 코칭

수업 중에 학생들에게 “행동에 잘못이 있을까 없을까?” 하며 의도된 질문을 해보면 대다수는 ‘행동에 잘못이 있다”고 대답을 합니다. 저 역시도 그랬습니다. 그만큼 반전을 일으키는 질문입니다. 행동에 잘못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흔히 하는 이야기가 악惡이 있다 혹은 악행이 있지 않느냐고 반론을 제기합니다. 행동에 잘못이 있으므로 범인도 있고, 죄인도 있다라고 단언하지요.

행동에는 잘못이 없습니다. 행동에 잘못이 있다고 생각하기에 악이 따로 있다는 논리로 흐르게 됩니다. 문제는 그 다움입니다. 악을 설정하면 그 다음 생각은 악을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하기 쉽습니다. 이른바 경험주의 혹은 행동주의 철학에서는 행동을 중요시 여기며 악은 제거해야 한다는 걸 주장합니다.

‘행동에는 잘못이 없다’는 시각은 어떤 행동의 결과가 잘못되었을 때 행동은 생각을 따라온 것뿐이니 고칠 것은 생각이 아니겠느냐는 겁니다. 그래서 심신미약한 사람이나 정신이 박약한 사람에 대해서는 죄를 경감해주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있듯이, 누군가를 악한 사람이라고 규정 짓고 난 후 그 사람을 미워하지 않기란 어렵습니다.

잘못이란 지나간 것이니 붙잡지 말라는 뜻도 살펴보면 좋습니다. 과오, 과실의 과(過)란 글자는 지나갈 과(過)와 같습니다. 이와 같이 옛 선인들은 세상을 밝고도 열린 시각으로 바라본 듯합니다.

코칭에서는 코칭고객의 생각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과거나 과오(過誤)에 대해서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과거(過去)는 이미 지나간 일이기에 위행(잘못된 일)에 대해 관심을 별로 갖지 않는 것입니다. 현재의 심리는 과거의 어떤 사건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상담과 달리 코칭은 과거보다는 미래에 초점을 둡니다. 문제 자체보다는 기회 찾기에 초점을 둡니다. 원인 자체보다 방향성을 지향합니다. 유학에서 과(過)라는 글자를 바라보는 시각이 코칭의 시각과 유사해서 좋습니다.

<사례> 행동이 아닌 생각에 초점을 맞추는 코칭사례

코칭고객 : 구성원 중 한 명이 공식회의 자리에서 자꾸 대드네요.

코치 : 여러 사람 앞에서 그렇다면 당황스럽기도 하고, 자주 그렇다면 그 사람에게 화도 나시고 협조적이지 않아 답답하신가 보네요.

코칭고객 : 예, 제 심정이 그렇습니다. 그것도 비판적 관점을 들이대며 공격적인 말투로 하니까 불편하기 짝이 없네요.

코치 : 말투까지 공격적이군요. 어떻게든 팀웍도 살아나고 좋은 모습으로 회의를 이끌고 싶으신 거네요.

코칭고객 : 예. 맞습니다.

코치 : 그 구성원이 만일 일부러 그렇게 행동한다면 그 사람 마음 속에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 걸까요?

코칭고객 : 음…(잠시 침묵) 나를 좀 알아 달라,는 마음도 있겠고…문제를 미연에 방지하도록 검토하자는 뜻도 있었겠네요. 생각해보니 제가 그 친구 의견을 가볍게 생각하고 별로 귀담아 듣지 않아서 더 그런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 짐작 되네요. 그동안 그 친구가 말을 하면 제 표정도 별로 안 좋았던 것 같습니다.

코치 : 다음에 같은 상황이 되면 어떻게 반응하시겠습니까?

코칭고객 : 의견을 내주어 고맙다고 일단 말하겠어요. 그리고 그 친구가 말하려는 의도를 잘 새겨듣고, 그래도 이해가 안되면 다시 질문하면서 천천히 조율해 나가야겠네요.

이 글을 공유하기

다른 게시글

수업소감 13

‘겉만 보지 말고 속을 보자’라는 문구가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상대방과 대화를 할 때 내가 불편하다고 생각했던 부분을 선하게 되돌아보는 것이 중요한 일임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교수님이 예시로

정체성에서 출발하는 코칭

코치들은 대개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는 뜻을 두고 코칭에 입문합니다. 코치로서 정체성이나 가치관이 확고할수록 자신의 역할이나 상황에 대한 판단을 제대로 하는 것인지 의심이 적어집니다. 왜냐하면

<다 좋은 세상>을 읽고

전헌선생님의 책을 읽으며 종래와는 전혀 다른 류의 인식변화를 얻게 된다. 경험과학이나 해석학, 행동철학의 한계를 꼬집으며 그 동안 불모지와 다름없었던 감정의 영역을 깊게 다룬 감정학이라는 또

수업소감 32

자신있게 말하기 첫 수업시간에도 중요하게 생각했던 what why how의 논리구조에 다시 한번 복기할 수 있었고, 메타인지의 중요성 또한 다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내가 한 말에

진짜 원하는 것을 찾아내는 코칭

우리가 음식점에 가서 무얼 먹을까 하며 망설이듯이 사실 코칭고객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잘 모를 때가 많습니다. 다루고 싶은 이슈가 있기는 하지만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수업소감 18

자신있게 말하기 강의에서도 잠깐 들었던 내용을 더 자세히 들을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군대에서 배울 점이 많았던 선임. 후임도 생각이 났습니다. 제가 통신병으로 있을 때, 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