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코치다운가? 이런 질문을 해보며 두 가지 상황을 생각해보게 됩니다. 하나는 코치라는 모자를 썼을 때이고, 다른 하나는 그렇지 않을 때입니다. 코칭을 하러 기업에 가면 사람들이 제게 코치라는 명칭보다 교수로 부르는 편입니다. 소속 구성원이나 자기 비서들도 저를 그렇게 부르는 걸 보면 ‘리더 입장에서 누군가에게 코칭 받는다는 것을 제 3자가 아는 것을 그리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아서 그러는 걸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코치라는 직업이 신뢰받고 존경 받을만한 위치로 자리매김되기를 기대하게 됩니다. 그렇게 되려면 코칭에서 무엇이 좀더 달라져야 할까? 하며 저를 들여다봅니다.

코칭고객이 자신이 변화된 이야기를 들려줄 때는 가슴이 벅차오르기도 합니다. 최근에 어떤 여성 리더가 그랬습니다. 왜곡된 시선으로 구성원을 옹졸하게 대했던 이야기를 비롯해 자기반성 사례를 3가지나 전해주었습니다. 그러면서 이제는 자기가 밉게 봤던 그 직원을 어느덧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그를 감싸고 보호하고 있는 자기를 발견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리더가 감사표현을 몇 차례 하는 걸로 보아 코칭이 잘 되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코치다움은 코칭다움은 불가분의 관계입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무엇을 무엇답게 만드는 것을 ‘덕(아레테, Arete)’라고 하였습니다. 코치답다거나 코칭답다고 하는 것은 훌륭함을 전제로 하는 말입니다. 이처럼 내면에 지니고 있는 훌륭함이 덕(아레테)이니 그것을 잘 드러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코칭다움이 아닐까 합니다.

동양에서는 큰학문(대학, 大學)을 하는 이유가 (명명덕, 明明德)에 있다고 했습니다. 즉 밝은 덕(명덕)을 밝게 하는(明) 것이라는 겁니다. 이 말은 누구나 좋은 덕을 이미 갖고 태어났음을 전제합니다. 이처럼 동양이나 서양이나 덕에 대해 개념이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가 “덕분에 잘되었다”고 하는 말은 ‘서로의 덕을 나누니 잘 되었다’는 말과 같으니 서로 덕을 보며 사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코칭다움이란 고객의 덕을 더 밝게 하는 과정이요, 고객 내면의 훌륭함이 더 훌륭하게 작동하도록 돕는 일이 코치다움이 아닐까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코치가 먼저 존재에 대한 믿음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코치자신이 그러하듯, 고객도 명철한 존재라는 것을 말이죠.

아래는 코칭을 받던 팀장들이 제게 해주었던 말입니다. 리더가 자기다움을 회복한 사례들이며, 리더가 먼저 더 큰 완전으로 이행한 덕분에 구성원들도 자기다움을 찾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구성원들이 외근 나갔다 와서 불러서 물어볼 때까지 보고를 하지 않아 답답했었는데, 이제는 사무실에 복귀하자마자 다가와 보고하는 모습을 보고 나름 애쓴 보람이 있네요. 구성원이 눈치챌 만큼 제가 변했나 봅니다 ㅎㅎ.”

“코치님이 코칭에서 거울과 같은 역할을 하신다고 했잖아요. 덕분에 저도 저를 되돌아보게 보게 되었어요. 그런데 지난 주 제가 괴물로 변해버렸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팀장 되기 전에는 제가 인기가 좋았거든요. 팀장이 되니까 사람을 도구로만 생각해오면서 사람을 편애했구나! 하는 반성이 들면서 원래 사람 좋아하고 정 많던 제 모습을 되찾아 가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제가 다가가면 모여 있던 직원들이 연기처럼 사라졌거든요. 저를 피한다는 걸 느꼈었죠. 거리감이 생긴 걸 직원 탓으로만 여겼었는데 제가 만든 결과란 걸 깨달았어요. 제가 사랑의 시선으로 바라보니 웬만한 건 다 수용이 되고, 이제 편안해졌어요.”

“직원들이 하는 말투만 보고 그들이 변화에 저항하고, 수동적이라고 생각했었거든요. 개별면담을 해서 알아보니, 직원들이 일에 대한 욕심이 있다는 걸 비로소 알게 되었어요. 진작 면담을 하지 않은 것이 후회가 되요. 질문도 순서에 맞게 해야 효과적이란 걸 깨달았습니다.”

성찰질문)

– 자기가 먼저 밝아져야 고객이 더 밝아지도록 돕기가 쉽겠습니다. 가장 최근에 자신이 더 밝아졌다는 느낌이 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어떤 계기로 그렇게 된 걸까요?

– 코치답게 잘 했다고 기억되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이 글을 공유하기

다른 게시글

『오정근의 커리어 코칭』 책 속으로

■ 책 속으로 가끔 주변에서 인생의 전성기가 ‘지금’ 아니냐고 묻는다. 나는 그렇다고 인정한다.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고, 모든 것이 우연이었다. ‘사람은 연결을 통해 성장한다.’라는 말이 있는데,

수업소감26

‘마음을 얻는 말하기’라는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말하기는 단지 말하는 것만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청자의 마음이 열리는 것을 확인하고 그들의 마음을 얻는 것까지가 성공적인

수업소감 41

누군가와 신뢰를 얻기 위해선 어떤 말하기 방법이 필요한지에 대해 알게 되었다. 서로 접촉하는 두 개의 물체가 마찰을 만들어내는 것이 자연법칙이듯이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마찰은 당연하다라는 부분이

코칭, 피할 수 없는 매력

코치들끼리 친해지면 어떻게 해서 코칭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는지 진솔하게 얘기를 나눈다. 강의를 하다가 코칭으로 영역을 넓히거나, 전혀 색다른 동기로 입문하기도 한다. 예컨대 코칭을 배운 사람에게 낚여서 우연한

행동이 아닌 본성에 초점을 두는 코칭

행동에 잘못이 있다고 생각하면 그런 행동을 사람 자체가 잘못된 사람으로 인식하기 쉽습니다. 행동을 문제 삼고서도 변화가 없으면 “넌 왜 그 모양이냐? 누굴 닮아서 그러냐? 너

[오정근 코치의 질문의 힘] 뭐라고 불러드릴까요?

[한국강사신문 오정근 칼럼니스트] 호기심이 많던 둘째 딸아이가 초등학생이던 어느 날 내게 이렇게 물었다. “목사는 목사님, 신부는 신부님이라고 하면서, 왜 중은 중님이라고 부르지 않아?” 그 질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