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정근의 감정 코칭> 이 책을 쓰게 된 시대적 배경은?
AI 시대, AI는 위기이면서 기회다. AI보다 인간이 더 잘 할 수 있는 영역이 코칭이며, 그 중 감정을 다루는 일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사회적으로도 우울증, 고독, 중독, 자살 등 정신과 감정의 문제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한국의 우울증 유병률은 36.8%로 가장 높다. 이는 국민 10명 중 4명이 우울증 또는 우울감을 느낀다는 의미이며, 우울증 치료율은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통계를 보면 2017년 대비 2021년 우울증 환자 수는 20대에서 127.1% 증가했고, 30대에서는 67.3% 증가했다. 또한, 전체 우울증 환자 중 10대와 20대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미국의 우울증 환자 수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자료마다 차이가 있지만, 미국 국립정신보건연구소(NIMH)는 4,660만 명이라는 수치를 제시하고 있다. 이는 전체 인구의 5명 중 1명꼴에 해당한다는 추정이 있다. 우울증이 처음 발병하는 평균 연령이 14.5세로 낮아졌다. 선진국에서는 약간 다르지만, 우울증 평생 유병률은 1990년 이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노인층을 비롯하여 청소년 계층에도 사회적 고립과 고독이 심각하다. 이것은 스트레스를 일으키고 정신 및 신체건강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고독과 고립을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각국에서는 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며 영국에서는 고독부라는 부처를 설치하야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사람들이 자기나 이웃의 감정문제를 잘 다룰 수 있는 방법이 갈수록 필요해지고 있다.

- <오정근의 감정 코칭>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나 동기는 무엇인가?
국민대 일반대학원 문화교차학과에서 ‘감정 코칭 철학’이라는 과목을 맡게 되면서 내용을 체계적으로 전달할 교재가 필요했다. 퇴계 이황이나 스피노자가 감정에 대해 깊이 있는 통찰을 전해주었기에 두 분의 사상을 바탕으로 전개했다. 동서양의 학자가 너무나 비슷한 개념을 전해주었지만, 내용이 다소 어려워 소화하기에 쉽도록 편집했다. 철학적 사유가 코칭적 대화 방법과 결합하여 실제 언어생활에 어떻게 접목할 수 있는지 알기 쉽게 다양한 예시와 대화체로 소개하였다.
- <오정근의 감정코칭> 책의 핵심을 요약하면 무엇인가?
감정코칭은 한마디로 자기 감정의 주인으로 살아가는데 도움을 주는 책이다. 많은 사람들이 감정의 예속 상태에서 속박된 채 힘들어한다. 이런 불편한 감정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사고방법을 익히게 된다. 문제가 생겼을 때는 답을 찾지 말고 질문을 찾으라는 말이 있다. 왜냐하면 좋은 질문이 좋은 답을 찾아내기 때문이다. 철학도 코칭도 모두 질문을 한다. 이 책을 통해 자신 혹은 주변사람에게 질문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 왜 우리가 감정에 대해 공부를 해야 하나?
흔히 감정을 통제할 대상으로 말한다. 하지만 감정은 통제대상이 아니라 자기 삶의 방향성을 알려주는 신호등과 같다. 그동안 감정에 대한 오해가 너무 많았다. 감정(感: 느낄 감+情: 뜻 정)은 말 그대로 ‘자기 뜻에 대한 느낌’이다. 내 뜻대로 되면 좋고 그렇지 않으면 싫다. 그러니 감정을 통제할 것이 아니라 자기 뜻(욕망)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대해주기를 바라는지,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등을 스스로 알아차리고, 자기 안에서 답을 찾게 되어 주체적 삶으로 전환이 가능하다.

- 감정에 대해 어떤 오해가 있는가?
감정을 오해하는 말을 수 없이 들어왔다. 이성적인 것은 합리적이며 객관적이지만 감정은 비이성적이며 주관적이라 믿을 것이 못된다고 여겨왔다. 하지만 주관을 배제한 객관이 어떻게 정당하다고 하겠는가? 오히려 각자의 주관을 모아서 객관이라고 말하지 않는가? 심지어 조직에서 사실관계를 다루는데 감정적인 요소는 빼고 말하자고도 한다. 감정적 요소가 인정(人情)이고 사정(事情)인데 말이다. 사람의 느낌에 대해 무감각하고 무시해도 되는 걸까? 어떤 결정이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살피지 않는다면 정말 정 떨어지는 일이다.
심지어 나쁜 감정이라는 표현도 사용한다. 사실 나쁜 감정이란 없다. 예를 들어보자. 슬픈 영화나 드라마를 즐겨보는 것은 슬픔을 긍정하는 증표다. 가혹한 운명의 시련이 담긴 슬픈 드라마를 보고 나면 카타르시스를 느끼면서 오히려 자기 정화가 일어난다. 공포는 어떤가? 번지점프나 롤로코스터를 타는 이유는 공포는 피해야 할 것이 아니라 되려 즐길거리라는 반증이다. 공포감을 이겨내면 나면 자신감이 샘솟기도 한다. 그렇다면 쾌라는 감정은 늘 바람직한 감정일까? 복수를 하거나 라이벌이 낭패를 겪으면 통쾌하기도 하다. 그렇지만 그런 내게 박수를 쳐줄만하지는 않다.
다만 중요한 것은 감정은 자기자신을 위해 자연스레 드러나는 것이므로 자기 안의 뜻이 무엇인지 파악하는데 도움을 주는 순기능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겠다.
-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인가?
사람들은 자기 생명을 지키고자 하는 욕망을 지니고 산다. 이 욕망을 스피노자는 코나투스라 불렀다. 사람들은 어떤 것이 선하기 때문에 추구하기 보다는 자기가 원하는 것을 선으로 본다고 했다. 이것이 엄청난 편견이다. 사람들은 자기 욕망에 도움이 되면 선으로 여기고, 욕망에 어긋나면 악이라 했다. 따라서 감정은 자기 욕망(몸)과 연결되어 있다. 감정은 자기 안에서 생성되는 자기 원인이다. 아담 스미스의 말 대로 모든 감정은 도덕감정이기도 하다. 감정은 내면의 공정한 관찰자이기도 하다. 도둑질을 하려 할 때 가슴이 콩닥콩닥 뛰고 몰래 숨어서 하려고 이유가 바로 감정이 하는 일이다. 합당한 공생적 욕망이 아닌 사적 욕망에 치우칠 때 선이라 생각하는 한 편안한 감정 상태에 머무르고, 악(싫다, 나쁘다, 악하다)이라고 생각하는 한 불편한 감정상태에 머물게 된다. 분노(화)는 주로 과거의 상실에 대한 불편한 감정에 해당하고, 슬픔은 주로 현재의 상실에 대한 불편한 감정이며, 불안이나 두려움은 주로 미래의 상실에 대한 불편한 감정이다.

- 그렇다면 감정은 어떤 것인가?
왜 우리 감정은 롤로코스터처럼 출렁거릴까?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자기 욕망 때문이다. 욕망의 강도가 셀수록 더 출렁거린다.
첫째, 감정이란 센서다. 감정은 알아차린다. 감정은 자기원인이다. 외적 원인이 아니다. 그러니 남 탓할 게 없다. 남 탓하면 통제가 불가능하다. 자기원인으로 이해할 때 자기 조율이 가능하다. 감정은 자기원인 즉 자기 욕망에서 비롯되므로 자기 감정이 원하는 것이 무언지 들여다보는 게 좋다.
둘째, 감정은 인식의 주체다. 감정이 생각한다. 자기가 화가 난 이유를 알기 때문에 화가 난다. 슬픔은 슬픈 이유를 알기 때문에 그렇게 드러난다. 이런 감정은 대체로 원하는 것에 대한 상실감에서 비롯된다. 과거에 대한 상실은 화로 나타나고 현재의 상실은 슬픔으로 나타난다. 만일 불편한 감정이 지속된다면 계속 몰라서 그런 것이다. 흔히 모를 때가 배울 때라고 하지 않는가? 모르면 물어보면 된다. ‘내가 뭘 몰라서 이렇게 힘들지?’ 하며 자기 생각을 챙기면서 알아차리면 비로소 밝아지면서 감정이 자유로워진다.
셋째, 우리는 감정으로 판단한다. 왜냐면 감정이 곧 이성이기 때문이다. 만일 ‘싫다’고 할 때 왜 싫으냐고 물으면 싫다는 이유를 금방 댄다. 이처럼 감정은 이성적 판단하는 기능이 있기 때문에 선호를 가리거나 시비를 가려낸다. 그런데 어떤 것에 대해 ‘싫다’거나 ‘틀렸다’고 한쪽으로만 생각하면 불편한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 영면을 볼 필요가 있다.
넷째, 감정은 자동이다. 마치 자동문이 열리듯 감정은 자동 반응한다. 미인을 보면 얼굴 표정이 좋아지고, 악취를 맡으면 얼굴을 찡그리듯이 말이다. 그러나 감정을 오해하여 감정 때문에 힘들어하는 시간이 길어진다면 감정에 속박된 것이요 예속된 상태가 된다.
- 감정으로부터 자유로워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감정이 자동이므로 자기도 모르게 불편한 상태에 빠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른바 스트레스상태다. 누구나 불편한 감정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을 것이다. 그러려면 생각을 잘 해야 한다. 왜냐하면 감정과 생각은 한 몸처럼 연결되어 있다. 누군가가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면 괘씸하다는 감정이 올라오지만 입장 바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웃어 넘길 수도 있다. 만일 자기가 불편한 감정상태에 놓여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상태에서
첫째,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싶은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를 먼저 떠올려보자
둘째, 감정의 강도나 세기를 점수 매겨보자.
셋째, 감정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떠올려보자. 그것이 자신의 욕망이다. 앞의 감정 점수가 클수록 자신의 욕망이 큰 것이다.
넷째, 지금의 감정상태가 지속된다면 어떨지 가정해보자. 감정 원인을 외부로 돌리면 통제 가능하지 않아 해결이 어렵기 때문에 그 상태가 오래 지속된다.
다섯째, 관점을 전환해보자. 예를 들어 이런 일이 생겨 좋은 점이 있다면 무언지 찾아보자. 즉 현상이 아닌 이면을 보자는 말이다. 의도, 가치관, 욕망은 눈에 안보인다. 못 보고 있는 것이 무언지 살펴보자.
여섯째, 몸을 움직여보자. 편한 감정 상태에서는 신체 활력이 커지지만, 불편한 감정 상태에서는 활력이 떨어진다. 일부러 운동을 하거나 원더 우먼 자세를 하는 등 신체 활력을 높여 기분 상태를 전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