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임금의 지혜탐구 방법과 코칭

코칭고객의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는 정답을 제공하는 컨설팅과 달리 코칭은 코치의 질문에 의해 코칭고객 스스로 최적의 답을 찾아내어 실천하도록 돕는 지혜를 다루는 대화과정입니다. 학문이라는 뜻은 원래 배우고(학-學) 묻는다(문-問)는 의미입니다. 지혜를 사랑하는 학문을 철학이라고 하며 동서양 고전으로 대표적 시조로 공자(BC 551~479)와 소크라테스(BC 469~399)를 꼽습니다. 두 사상가가 출현한 시기를 보면 동서양의 철학의 출발점은 거의 비슷합니다. 지역적으로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동시대에 지혜를 탐구하는 방법으로 동서양에서 공통으로 사용된 것이 질문이었습니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직접 상대방에게 질문을 통해 스스로 깨닫도록 하는 방식을 사용하여 후에 산파술이라는 이름을 얻었으며, 공자나 맹자인 경우에는 이와 달리 제자나 왕이 궁금한 것이나 답을 찾지 못하는 문제에 대해 질문을 함으로써 답을 구했습니다. 따라서 앎에 이르는 방법으로 질문이 매우 효과적인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동양철학의 시조로 일컬어지는 공자가 순임금이 진정 지혜의 모델임을 밝히고 있으므로, 그를 통해 지혜에 다가가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은 코치로서도 지혜로운 일이라 생각합니다.

중국 역사를 편찬한 공자는 요순시대를 태평성대의 꿈꾸는 이상향으로 보았습니다. 순임금에 대한 이야기는 『논어』, 『맹자』, 『대학』, 『중용』을 비롯하여 『소학』 등 고전에 빠짐없이 반복되어 나옵니다. 그 가운데 『중용』에 의하면 공자는 순임금을 지혜가 아주 크신 분으로 묘사합니다. 그 내용 가운데 반가웠던 부분은 순임금이 어떤 방식으로 지혜를 구했는지 방법을 알려주었기 때문입니다. 그 방법을 나의 삶의 현장이나 코칭 현장에 접목할 때 큰 효과를 체험했었다. 그 내용을 하나씩 살펴보고자 합니다.

1) 호문호찰

공자는 순임금이 ‘호문호찰이언(好問好察)’하는 사람이라 하면서 묻기와 살피기를 좋아했다(好)고 합니다. 사람들에게 묻고 듣고자 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질문의 전제조건은 경청하겠다는 마음가짐입니다. 따라서 호찰(好察) 이란 단어가 뒤따릅니다. 살피기를 좋아한다는 뜻입니다. 경청하되 이언(邇言), 즉 ‘별 대수롭지 않은 흔한 말’조차 살핀다고 합니다.

예컨대 코칭 대화 도중 코칭고객이 한숨을 내쉰다 면 이것조차 놓치지 않고 살피는 것이 필요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호문이나 호찰을 행동지침으로 이해해서는 곤란합니다. 이미 나 자신이나 상대방이나 사랑 가득하고 완전한 존재임을 인지한다면 호문호찰은 저절로 되는 것입니다. 이른바 본립도생입니다. 본(고객 존재)을 세우면 길(대화)이 열리게 됩니다. 코칭을 하면서 코칭고객의 미세한 반응도 살피면 아래와 같이 생각의 단서를 찾게 됩니다.

<사례> 생각의 단서를 찾기 위한 호문호찰사례

코치 : “지금 대답하기 전에 한 숨을 먼저 쉬셨는데 그건 어떤 의미인가요?”(코치의 호문 + 호찰이언)

코칭고객 : “아! 제가 그랬나요? 아마 이런 상황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는 것 같아 그랬나 봐요”

코치 :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는 말은 지금, 해결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건 아니라는 말씀이시죠?

코칭고객 : “예”

코치: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는 것은 지금 이 순간 그렇게 생각이 든다는 뜻인가요? 아니면 앞으로 영원히 그럴 것 같다고 생각하나요?”

코칭고객 : “영원히는 아니겠죠?”

코치: “그렇다면 언젠가 해결이 된다는 말씀이겠네요?”

코칭고객 : “예”

코치: “오늘이 그런 계기가 되면 어떨 것 같나요?

코칭고객 : “그러면 좋겠습니다.”

코치: “그렇게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자신은 어떤 존재입니까?”

코칭고객 : “문제를 해결해 내는 사람이라고 하고 싶네요”

(하략)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자신이 문제 앞에 무력한 존재가 아니라 문제해결자라는 인식을 갖도록 돕게 됩니다. 순임금은 왜 말을 살피기를 좋아했을까? 공자는 순임금이 지혜롭다며 그 비결을 말을 잘 살폈다는 것을 밝히고 있는데 그 의미를 공자말씀이나 맹자말씀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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