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의가 잘 드러나도록 돕는 코칭

아마 격물치지라는 말과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말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대학」 책에는 ‘격물 치지’ 와 ‘수신 제가 치국 평천하’라는 단어 사이에 ‘성의’와 ‘정심’이란 단어가 위치합니다. 이 8가지를 합하여 8조목이라 합니다. 8가지 조목 가운데 격물부터 수신까지가 셀프리더십에 해당하는데 성의(誠意) 라는 것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대학」 책에서 성의란 예쁜 사람을 좋아하고, 악취를 싫어하듯이 ‘자기 감정을 속이지 않는 것(무자기 無自欺))’이라 정의합니다. 누군가 성의 없이 대답한다면 자기 감정을 속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예컨대 발표를 하고 나서 “나 괜찮었어?” 하고 친구에게 물었을 때 친구가 “응, 잘했어!”라고 표정 변화없이 짧게 대답하면 왠지 그 대답이 성의가 없어 보입니다. 건성처럼 느껴집니다. 만일 잘 했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잘 했는지 또 감정 단어(멋졌어!, 놀라웠어, 감동이었어)를 포함해서 말을 해주면 듣는 사람도 실감나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적지 않은 리더가 구성원들이 성의가 없다고 볼멘소리를 합니다. 성의가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자기감정을 마음 편하게 드러낼 수 있도록 심리적 안전감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리더들이 구성원에게 자신의 리더십이나 소통방식에 대해 피드백을 구하지만 구성원들이 솔직하게 말을 잘 하지 않는다고 푸념을 합니다. 이런 일이 한 두 번 반복되면 리더는 성의가 없다는 느낌이 들어, 더 이상 피드백을 얻으려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소통(疏通)이란 글자의 소는 트일 소(疏) 입니다. 소통은 말 그대로 막힘이 없이 트여야 합니다. 구성원이 말을 잘 하지 않는다면 표현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구성원이 아직 심리적 거리감을 갖고 있다는 것을 리더가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구성원이 자기 감정을 드러내기 보다는 피하려는 상태이니 그 간격을 줄이기 위해 친밀감에 신경을 더 써야할 단서로 삼으면 좋겠습니다.

<사례> 주변의 피드백을 더 잘 들을 수 있도록 코칭한 사례

코치 : 어떤 리더이고 싶으신지 여쭙고 싶네요.

코칭고객 : 존경받는 리더이고 싶습니다.

코치 : 그렇게 생각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으실까요?

코칭고객 : 예전에 제가 모셨던 상사 중 아직 제 마음 속에 존경하는 분이 계시거든요. 저도 그 분처럼 되고 싶은 걸 보아 그 분의 영향을 받은 것 같습니다.

코치 : 좋은 상사분을 모셨었네요. 직장생활하면서 큰 복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코칭고객 : 맞습니다. 회사에서 많은 분들로부터 존경받는 분이어서 그 분과 일하면서 외부 협조 받기가 편했었던 걸로 기억됩니다.

코치 : 아 그러시군요. 상무님 경우 지금 상태는 어떠신가요?

코칭고객 : 글쎄요. 아직은 많이 부족하고 제가 팀 리딩을 잘하는지도 모르겠네요.

코치 : 지금보다 더 존경받는 리더가 되려면 어떤 것이 필요할까요?

코칭고객 : 제가 생각하는 것을 기준으로 하면 구성원이 기대하는 것이랑 불일치가 생길 것 같네요. 주변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듣는 것이 우선일 것 같네요.

코치 : 입체적으로 생각하시는 분이시란 느낌이 듭니다. 그렇다면 주변 사람들의 피드백을 구하면서 경청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씀이네요.

코칭고객 : 맞습니다. 그런데 제가 피드백을 구해봐도 사람들이 건성으로 대답한다는 느낌이 드네요.

코치 : 진심을 듣기 어렵다는 말씀인가요?

코칭고객 : 그렇습니다. 예컨대 내가 의사결정하는 것이나 회의운영 방식은 어떤 것 같아? 하고 물으면 그냥 좋다고 말하는데 영혼이 없는 말처럼 느껴져요.

코치 : 피드백을 들으시려는 마음에는 좋은 이유가 있으신 거잖아요? 제가 구성원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솔직하게 대답하기에는 심리적으로 안심이 되지 않을 것 같거든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코칭고객 : 그런 것 같네요. 저를 돌아봐도 공연히 잘 못 말했다가 미움 받을까 염려할 수도 있겠네요.

코치 :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코칭고객 : 음~ 부담감을 주지 않으면서 진심을 말하도록 하려면…아무래도 제가 질문을 잘 해야겠네요.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코치 : 어떻게요?

코칭고객 : 예를 들어 내가 회의를 보다 민주적이고 참여적으로 운영하려고 신경을 쓰고 싶은데 내가 지금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해?

코치 : 그것도 좋습니다. 제 생각에는 상대방의 의견을 직접적으로 묻는 것보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 것 같아? 하고 간접적으로 물으면 어떨까요?

코칭고객 : 그게 훨씬 좋겠네요. 자기 생각을 얹어 표현하도록 여지를 남기는 것 같아 편하게 느껴지네요. 생각해보니 그렇게 물어본 적도 있었어요. 그렇게 해보겠습니다. 잘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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