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편제의 한과 천년학의 비상 -오정근코치

이청준님의 ‘남도사랑’ 소설 책에는 임권택 감독이 영화로 만들어 유명한 ‘서편제’와 ‘선학동 나그네’가 담겨 있다. 책은 ‘서편제’에서 시작하여 ‘소리의 빛’을 거쳐 ‘선학동’으로 이어진다. 세 개의 단편작품들은 하나의 스토리로 엮인 3부작 연작소설형식이다. 사건이 꼬리를 물고 전개되지만 단편마다 화자가 바뀌면서 사건전개의 시각이 달라 읽는 맛이 아주 색다르다.

남도의 구성진 가락에는 한이 스며있다. 소리를 하려면 주인공의 한(恨) 과 소리하는 사람의 한(恨)이 만나야 한다. 나는 <서편제>를 영화로 먼저 만났었다. 한에 절은 곡절이 ‘서편제’의 감성도구라면, 아비가 제 딸의 눈에 청명수를 일부러 넣어 눈을 멀게 했다는 얘기는 중심기둥이다.

그 대목에선 숨이 멎고 눈물마저 고인다. 하지만 딸 송화의 소리가 무척이나 곱고 슬퍼서 아름답기까지 하다. 딸은 그런 아비를 원망하기 보단 용서하고 받아 들기에 가슴 아픈 서편제가 만들어질 수 있었나 보다. 또한 선학동 사람 역시 죽은 아비와 자식이 한 일에 대해 모른 채하며 용서하는 내용이 ‘선학동’의 대미다.

소리를 얻기 위해 자신의 눈을 멀게 한 애비가 원망스럽지 않느냔 물음에 정작 본인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그건 말이 아니었다. 제 아비가 세상을 놓아버렸을 때 소릿재 주막 옆에서 3년간 묘를 지킨 효심을 보게 된다. 또 소릿재를 홀연 떠나면서 제 아비의 유골을 수습하여 다시 선학동으로 돌아와 마을 사람 몰래 묻은 일을 보면 그녀의 용서는 갸륵하다 못해 거룩하기까지 하다.

책은 이렇게 말한다. ‘어떤 사람한테는 사는 것이 한을 쌓는 일이고, 한을 쌓는 것이 사는 것이다. 송화가 제 아비를 용서하지 못했다면 그건 바로 원한이지 소리를 위한 한은 될 수 없었을 거다’라고. 그렇다. 한은 자기 안의 에너지다. 우리의 옛 고유정서는 바로 희생과 양보다. 그게 에너지가 되고 감동을 준다. 남을 배척하고 복수하는 것은 우리 정서와 잘 맞지 않는다.

요즘 젊은이들이 많아 아파한다. 청춘을 어떻게 위로해 주어야 할지 모르겠다. 마음이 오래 아픈 사람은 한이 맺히기 쉽다. 대학등록금, 스펙 쌓기 경쟁, 피할 수 없는 청년실업 등…. 한풀이를 화풀이로 내뿜지 않는 젊은 청춘에게 정말 감사하다. 송화가 자신의 한을 소리로 만들어 일구었듯이, 시대를 용서하고 ‘한’을 ‘해냄’으로 승화시키기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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