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 세계 이전의 앎을 챙기는 코칭

소크라테스는 앎이 왜 좋은 것인지 개의 비유를 통해 설명합니다. 개가 예전에 한 번도 해코지를 당한 적이 없는데 낯선 사람을 보면 사납게 굴고, 반면에 주인이 알 만한 사람을 보면 예전에 아무런 호의를 받아 본 적이 없을지라도 경계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른바 지혜로운 개를 비유로 들면서 아는 것이 좋을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개가 그러하듯이 우리도 태생적으로 지혜롭다는 겁니다. 「논어」에서는 이것을 생이지지 (生而知之)라고 하여 태어나면서부터 아는 앎이 있다고 말합니다. 직관이라는 말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개가 무엇을 배워서 아는 것이 아니라 느낌으로 알 듯이 우리도 느낌으로 아는 것이 있습니다.

저는 어려서 개에게 물려본 경험이 있다 보니 진돗개를 키우면서 가끔 엉뚱한 생각이 들곤 했습니다. 어느 날 우리 아이들에게 “진돌이에게 양념된 고기를 손으로 줄 때 진돌이가 내 손과 고기를 구분 못해 내 손마저 덥석 물면 어쩌지? 너희들은 그런 생각 안 드니?”하고 물었더니 아이들은 말도 되지 않는 말이라며 저를 이상한 사람 취급을 합니다. 그럴 리가 없다는 걸 아이들은 너무나 당연히도 안다는 것이죠.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그걸 알았을까요? 아이들은 자기 손에 양념이 뭍은 채 고기를 전해주는데 있어 조금도 주저함이 없었습니다. 아이들 말 대로 십여 년 동안 그런 일은 정말 한 번도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개도 올바르게 아는 게 있고, 당연히 우리 아이들도 자명하게 압니다. 역시 아는 것은 좋은 것이어서 불안해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배우지 않고도 아는 힘, 보지 않고도 아는 힘, 그것이 우리에게 미리 주어졌으니 얼마나 다행일까요?

우리가 어떤 것을 새롭게 배울 때 그것이 맞는 말인지 틀린 말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지금 이 순간 제가 하는 말이 말되는지 어떻게 알 수 있느냐는 질문입니다. 스피노자는 대장간의 망치를 비유로 들어 이에 대한 답을 설명해줍니다. 대장간에서 망치를 만들려면 쇳물을 녹여 단단한 망치로 두드려야 점차 망치모양으로 다듬어집니다. 그렇다면 망치를 만들기 위해 두드려야 할 망치가 필요한데, 최초의 망치를 만들기 위한 연장으로서의 망치는 어떻게 존재했을까요? 스피노자에 의하면 이런 것을 입증하는 일은 쓸데없는 것이라는 겁니다. 우리 안에는 배우지 않고도 아는 것을 구분해낼 수 있는 힘(앎)이 있다고 보았던 겁니다.

바뤼흐 스피노자(네덜란드어: Baruch Spinoza 1632-1677)

이런 말을 종합해보면 경험이 전부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경험세계 이전의 앎을 무시하지 말라는 말이지요. 철학은 경험세계를 중요시하는 경험주의와 경험 이전의 세계인 선험(先驗)을 중요시하는 이성주의(합리주의)로 나뉘어집니다. 선험을 이야기한 학자가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이며, 이들이 하는 말들은 선험의 세계요, 형이상학이라고 구분했습니다. 동양에서는 공자, 맹자, 퇴계가 그러했습니다. 코칭도 그렇습니다. 코칭고객의 경험세계만을 중심으로 말하기 보다 경험이전의 앎을 가지고 있다고 믿고 탐구하는 것이 코칭접근법입니다.

코칭은 이슈에 집중하기 보다 이슈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중요시합니다. 코치는 코칭을 시작하면서 해결책(Doing)에 주의를 기울이기보다 코칭고객이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존재(Being)라는 믿음에 기반하여 출발합니다. 무한한 가능성의 존재라고 믿는 것이 이른바 형이상학입니다. 코칭이 행동을 교정하려고 애쓰기보다 코칭고객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도록 돕거나, 가지고 있는 자원을 활용하도록 생각확장을 돕는 것이어서 참으로 좋습니다.

<사례> 행동 보다 존재와 생각을 챙기는 코칭 사례

코칭고객 : 신임팀장으로 보직을 맡은 지 3개월째인데 회의 때 구성원들이 의견개진도 잘 하지 않고, 수동적이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습니다.

코치 : 구성원이 마음 같지 않아 스트레스가 심한가 보네요. 팀장님은 구성원에게 어떤 팀장이고 싶으신가요?(존재인식)

코칭고객 : 음…구성원의 성장을 도우면서 우리 팀이 충분히 기여하고 있다는 것을 회사로부터 인정받아 팀원에게 도움이 되는 팀장이고 싶습니다.

코치 : 사람을 좋아하시는 분이시네요. 책임감도 강하시고요. 팀장님이 그런 분이란 걸 구성원이 안다면 기분이 어떠실까요? (존재인식)

코칭고객 : 제 마음을 제대로 알아준다면 저도 신이 날 것 같네요.

코치 : 그런 마음을 구성원에게 전달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코칭고객 : 아니요. 그런 말을 해보지는 않았었네요.

코치 : 수동적이라고 했는데 그것을 제외하면 구성원들은 어떤 사람들인가요? (존재인식)

코칭고객 : 실력도 있고, 착하고 인성도 좋은 편이에요. 그런 면에서는 정말 좋은 팀원들입니다.

코치 : 팀장님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걸 구성원들이 알고 있는지요?

코칭고객 : 아! 이런 말도 진작 했더라면 좋았겠네요. 생각해보니 제가 그 동안 구성원들의 부족한 점만 지적을 했었네요. 앞으로 잘한 점이나 고마운 점들도 말을 해주어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되네요.

코치 : 그렇게 말하는 것은 어떤 면에서 팀원들에게 좋을까요?

코칭고객 : 그러면 팀원들도 신뢰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주저하기 보다는 좀 더 의욕적으로 분발할 것 같습니다.

코치 : 그 말씀하시니까 문득 전설적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퍼거슨 감독이 했던 말이 생긱나네요.

코칭고객 : 무슨 말인가요?

코치 : 그 분이 리더십의 본질은 “구성원도 모르는 숨어있는 5%의 능력을 이끌어내는 것”이라고 했거든요. 히딩크 감독도 박지성 선수의 숨어있는 강점을 찾아서 말해준 것처럼 팀장님이 구성원의 잠재된 역량을 꺼내 쓰도록 도와준다면 더 좋은 관계와 성과가 기대됩니다.

코칭고객 :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이 있는데요…

코치 : 어떤 건가요?

코칭고객 : 좋은 말만 할 수는 없을 것 같은데 어떻게 밸런스를 잡아서 말해야 할지 그게 궁금하네요.

코치 : 참 좋은 질문입니다. 예컨대 퍼거슨 감독이 경기 중 부진한 선수를 따로 불러 이렇게 말을 했답니다. “더 잘할 수 있었잖아? 무슨 생각을 한 거야?” 저는 이 말을 들으면서 역시 명감독이구나, 싶었고 이 말이 참 무겁게 다가왔어요.

코칭고객 : 저도 그런 느낌이 드네요. 더 잘할 수 있었다는 말이 힘을 주는 말임과 동시에 자기를 돌아보게 만드네요. 그렇다고 기분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을 것 같구요. 정말 좋은 멘트라고 생각이 듭니다.

코치 :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해보고 싶으신가요?

코칭고객 : 우선 부족한 점이 눈에 띄더라도 일단 믿고, 그 믿음을 표현해주면서 더 잘 할 수 있도록 힘이 솟는 표현을 해주고 싶습니다.

코치 : 아주 좋습니다.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신 걸 보아 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해 보이시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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