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이 아닌 본성에 초점을 두는 코칭

행동에 잘못이 있다고 생각하면 그런 행동을 사람 자체가 잘못된 사람으로 인식하기 쉽습니다. 행동을 문제 삼고서도 변화가 없으면 “넌 왜 그 모양이냐? 누굴 닮아서 그러냐? 너 같은 놈이 왜 태어났는지 모르겠어!”라는 식으로 존재를 부정하는 말로 전환하게 됩니다.

코칭에서는 존재를 소중히 여깁니다. 따라서 좋은 사람이 생각만 잘 챙기면 된다고 봅니다. 행동을 고쳐야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원래 좋은 사람인 줄 알면 스스로 고쳐나간다고 봅니다. 학교에서 개과천선(改過遷善)으로 배웠지만 유학 고전 원문에는 천선개과라고 합니다.

어린 시절에 존재를 부정 당하는 식의 말을 들어온 사람은 대체적으로 자존감이 낮은 경향을 보입니다. 조직에서도 사람을 목적을

위한 수단이나 도구로 인식하면서 “네가 뭘 한다고 나서?, 너 같은 놈이 어떻게 우리 회사에 들어왔냐?” 하는 식으로 사람을 평가절하해서는 곤란합니다. 개인의 창의력이 중요해지고 개개인의 지적 능력을 결합해야 성과가 나오는 구조에서는 특히 각 구성원의 존재를 인정해줄 필요성이 큽니다.

코칭에 등장하는 이슈 가운데 사람에 대한 문제인 경우 상사 등 주변사람들을 원수나 악인으로 까지 인식하는 경우가 생기는 일은 그만큼 감정에 상처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존재에 대한 인식, 행동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재검토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사례> 본성을 오해한 사례

코칭고객 : 저희 집 애 아빠는 정말 나쁜 사람이에요.

코치 : 속상한 게 정말 많은가 보네요.

코칭고객 : 예. 정말 구제불능이에요. 제가 원하는 걸 들어주질 않아요.

코치 : 실망스러운가 보네요. 좋았던 때로 기억나는 순간은 언제였나요?

코칭고객 : 아니요. 없어요. 원래 그런 사람이에요.

코치 : 오랫동안 참아오셨군요.

코칭고객 : 예. 맞아요.

코치 : 한 가지 여쭤보고 싶은 게 있는데… 원래 그런 사람이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시종일관 같은 모습이란 말이네요.

코칭고객 : 음…그렇죠.

코치 : 지금 원하시는 것은 남편 분이 좋은 모습으로 변해서 가정이 행복해지는 것 아닌가요?

코칭고객 : 예

코치 : 그런데 원래 그런 사람이라고 말씀하시면 좋은 모습으로 돌아갈 자리가 없지 않나요?

코칭고객 : 제가 뭘 잘못 말한 건가요?

코치 : 제가 남편 입장이 되어 생각해보니 좀 답답하단 느낌이 들거든요

코칭고객 : 그런가요?

코치 : 만일 ‘원래 안 그러던 사람인데 요새 형편 없어요’, 하고 말하면 듣는 사람이 뜨끔하고 뭔가 고칠 것을 생각할 것 같은데, ‘원래 그런 사람이에요’ 하니까, ‘내가 그렇지 뭐’ 혹은 당신이 잘 한 건 뭔데?’하는 식으로 반발심이 생기거든요.

코칭고객 : 아~~! 그럴 수 있겠네요. 남편 입장에서 그렇게 들릴 수도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네요

코치 : 만일 사모님이 ‘난 실망했어요. 당신은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잖아요?’ 한다면 저는 ‘아차,내가 또 실망시켰네. 못 난 사람을 챙기며 살아줘서 고마워요’ 이렇게 응대할 것 같습니다.

코칭고객 : 아~ 알겠습니다. 단지 말 한마디 바꾸니까 전혀 다르게 들리네요. 말하는 사람도 듣는사람도 훨씬 좋아질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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