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와 본성에 초점을 두는 코칭

「대학」 책에 보면 본本과 말末에 대한 말이 나오는데 본(本)은 존재(being)에 해당합니다. 코칭은 존재와 사고방식에 집중합니다. 이것은 철학이 존재론과 인식론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것과 유사합니다.

코칭에는 [삼중고리헉습 triple loop learning ]이라는 모델이 있습니다. 이것은 결과가 좋지 않을 때 존재방식-사고방식-행동방식의 사이클에서 어디에 초점을 두는 것이 바람직한지를 일깨워줍니다. 가정이나 직장에서 피드백을 할 때 행동을 문제삼고 변화를 도모하지만 실패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행동을 문제 삼으면 상대의 행동은 문제행동이 되고, 그 사람은 문제행동을 하는 사람으로 낙인 찍고 대처하게 됩니다.

우리가 변화시키고자 하는 것은 행동이지만 행동에 초점을 맞추면 실패하기 쉽습니다. 행동은 말 그대로 말단(末端)에 해당합니다. 존재에 대한 인식, 예컨대 원래 좋은 사람, 원래 잘하려고 하는 사람으로 인식을 하면서 상대하면 상대방의 사고방식도 활짝 열리면서 의식이 확장되면서 자신의 행동을 바꾸려 합니다.

<사례> 존재방식에 초점을 두는 코칭

코칭고객 : 지금 본부장님이 저를 픽업해서 이곳으로 왔는데, 지내다 보니 너무 힘드네요.

코치 : 같이 일하자고 픽업하셨다니 눈에 잘 띄셨나보네요. 본부장님이 팀장님의 어떤 점에 높이 평가하셨나요?

코칭고객 : 제가 강단도 있고 물불 안 가리면서 일을 끝까지 해내는 정신력이 좋다고 하셨어요.

코치 : 그렇다면 윗 분들이 좋아하실만 하겠네요. 지금은 어떤가요?

코칭고객 : 제가 일하는 방식이 마음에 안 드는지 자꾸 지적을 하네요. 저는 분석을 거쳐 그에 맞는 최적의아이디어를 결합해서 완벽하게 제안서를 만들어야 타당하다고 생각하는데 무조건 빨리빨리 해내라고만 하니 답답하네요.

코치 : 팀장님은 완벽을 추구하시는 분이시네요. 그러다 보니 시간이 필요하구요.

코칭고객 : 제가 분부장님에게 속은 것 같아요.

코치 : 무슨 말씀인가요?

코칭고객 : 인간성도 좋고 사람들에게 잘 대해주는 사교적인 스타일인데 같이 일을 해보니 그게 아니었어요. 사람은 어쩔 수 없나봐요?

코치 : 어떻게 되기를 바라시나요?

코칭고객 : 저도 스트레스를 안 받고 본부장님과 소통방식이나 관계도 좋아지면 좋겠어요.

코치 : 혹시 본부장님 스타일이 변했다면 어떤 이유가 있었을까요?

코칭고객 : 매출압박이 심할 거에요. 지난 반기동안 실적이 많이 추락했거든요. 하지만 우리회사만 그런 건 아니구요, 이쪽 분야 시장이 환경적 요인으로 많이 위죽됐거든요.

코치 : 그렇다면 책임자로서 정신적 압박감이 크겠네요.

코칭고객 : 그렇긴하죠. 그러니까 더욱 분석이 필요하고 최적의 제안을 해야 하는데, 본부장은 제안서 양을 늘려 시장을 확보하자고 하는 겁니다.

코치 : 그러면 어떻게 대응하시나요.

코칭고객 : 설득하려고 애는 쓰지만 말을 듣지 않아요. 계속 푸시를 가할뿐이에요. 참 매정한 사람이에요. 직원들 고생하는 것에 대해서는 알아주기는 커녕 주말도 없이 일을 하라며 매몰차게 밀어붙이거든요. 직원들이 탈진하는 상태인데도 위로나 격려는 없어 인정머리도 없는 사람이에요. 그런 사람인걸 제가 몰랐던 겁니다.

코치 : 그렇다면 많이 실망스러우시겠네요.

코칭고객 : 예 맞아요. 실망스럽고 그만둘까 싶기도 해요.

코치 : 제가 말씀 들으면서 한가지 드리고 싶은 것이 있는데 괜찮을까요?

코칭고객 : 예? 무슨…

코치 : 원래 안 좋은 사람인데 그걸 몰랐고, 이제 알게 되었다고 하셨잖아요?

코칭고객 : 예 그랬죠.

코치 : 원래 나쁜 사람이 있을까요? 아니면 원래 좋은 사람인데 스트레스 받다 보니 변형된 행동을 하는 걸까요?

코칭고객 : 사람들이 사회적 행동을 하니까 포장된 모습으로 자기 생동을 속일 수 있잖아요? 그런데 스트레스를 받으면 원모습이 나오는 것 아닌가요?

코치 : 그렇다면 누군가 팀장님을 보고 원래 나쁜 사람이라고 이야기한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코칭고객 : 기분이 안좋겠죠.

코치 : 그렇죠? 일부러 나쁜 의도로 일을 하거나 사람을 대해본 적이 있으신가요?

코칭고객 : 별로 없네요. 다만 스트레스 받으면 나도 모르게 좀 거칠어지기는 하죠.

코치 : 그렇다면 팀장님의 본성이 거친 사람일까요? 아니면 좋은 사람일까요?

코칭고객 : 그렇게 질문하시니 본성은 좋은 것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가 있네요. 그래도 우리 본부장님은 좀 이상한 사람이에요.

코치 : 좋습니다. 본부장님 성격이 이상한 사람이라는 그 말씀이 맞다고 할게요. 그러면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코칭고객 : 기분이 안 좋죠.

코치 : 그런데 만약 본부장님이 실적 때문에 압박감으로 스트레스가 심해져서 살아남으려고 밀어붙인다고 생각하면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코칭고객 : 그렇다면 안타깝고 안쓰럽네요.

코치 : 어떤 느낌으로 지내시는 게 좋을까요?

코칭고객 : 후자네요. 제 마음 안에 긍휼히 여기는 마음이 사라졌었다는 생각으로 반성이 올라오네요. 본부장님도 많이 힘드셨을 텐데 내가 더 힘들다고만 생각하고 있었네요. 제가 먼저 변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를 깨우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을 공유하기

다른 게시글

수업소감 24

마음을 얻는 말하기가 무엇인지 깊게 생각해볼 수 있는 특강이었다. 쉽게 말을 먼저 걸지 못하는 나를 돌아볼 수 있었고, 첫인사와 첫인상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수업에서 배우고

세상을 즐기며(낙천樂天) 살도록 돕는 코칭

‘TV 세계여행’이라는 프로그램을 보다가 감동적인 장면을 만났습니다. 서부 아프리카인 세네갈의 일명 조개섬이라고 불리는 조알 파디우트를 방문한 리포터가 섬사람에게 ‘이 섬에 사는 게 왜 좋은가요?” 하는

서편제의 한과 천년학의 비상 -오정근코치

이청준님의 ‘남도사랑’ 소설 책에는 임권택 감독이 영화로 만들어 유명한 ‘서편제’와 ‘선학동 나그네’가 담겨 있다. 책은 ‘서편제’에서 시작하여 ‘소리의 빛’을 거쳐 ‘선학동’으로 이어진다. 세 개의 단편작품들은

코칭, 피할 수 없는 매력

코치들끼리 친해지면 어떻게 해서 코칭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는지 진솔하게 얘기를 나눈다. 강의를 하다가 코칭으로 영역을 넓히거나, 전혀 색다른 동기로 입문하기도 한다. 예컨대 코칭을 배운 사람에게 낚여서 우연한

존재를 알아주는 동기부여 코칭

코칭이나 티칭이나 리더십이나 공통적인 것은 사람을 살리는 일입니다. 사람의 기운을 살아나게 하는 것을 흔히 동기부여라고 합니다. 사람을 살리는 마음을 한자로 생물지심(生物之心)이라고 합니다. 이 말은 인(仁)

좋은 감정에 머물도록 돕는 감정코칭

「대학」 책에 큰 공부하는 목적으로 세가지를 제시하는 데 마지막 것이 지어지선(止於至善)입니다. 무언가 배웠다면 아주 좋은 상태에 머물러야 한다는 뜻입니다. “알고 보니 나 괜찮은 사람이네, 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