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의 독서코칭 -오정근코치

세종 초기에 당시 어전회의 분위기는 오늘날 많은 조직과 크게 다르지 않았나 보다. 세종은 신하들이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아 속마음 알기도 어려웠고, 누군가 의견을 개진하면 ‘그 말이 옳사옵니다’, 하는 식으로 영향력 있는 사람의 의견에 동조하기 일쑤이고 소신껏 말하기 보다는 눈치를 보는 일이 많았다. 세종은 참여적인 분위기로 심도있게 토론하여 국정을 이끌어가고자 했으나 회의는 그렇지 못했다.

세종은 이런 분위기를 개선하여 토론을 활발하게 만들기 위해 시도한 것이 바로 경연회의였다. 왕과 신하들이 한자리 모여 고전을 읽으면서 함께 나랏 일을 토론하는 방식이었다. 회의에서 고전을 읽도록 한 이유는 책을 소재로 말문을 열기가 비교적 편했기 때문이었다. 이른바 제 3자적 관점에서 신하들이 이야기하기가 편했고, 그런 분위기에 편승하여 자연스레 국정에 관한 문제점이나 의견을 개진하기 쉽다고 보았다. 국정을 맡은 재상들도 함께 참석했기 때문에 경연회의가 단순한 독서 토론으로만 끝나지 않고, 정책에 관한 사안까지 자연스레 주제가 되어 토론이 깊어질 수 있었다.

세종이 경연에서 채택한 첫 번째 교재는 <대학 연의> 였다. 4서3경과 같은 경서를 택하지 않은 이유는 이론을 다룬 책을 교재로 사용하면 맞고 틀리고의 논쟁으로 흐를까 염려했기 때문이다. <대학연의>는 역사 즉 스토리를 다룬 책이어서 이른바 케이스 스터디하기가 용이했다.

세종이 경연 회의를 이끌어 간 예를 살펴보면 바로 독서코칭의 방식이라 하겠다. 첫 경연에서 세종은 책을 읽으면서 다음과 같이 질문했다. “과거제도는 참다운 인재를 얻고자 함인데, 선비들이 들뜨고 화려한 것만 좋아하는 버릇이 있다. 어떻게 이런 것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을까?” 이렇게 발제된 질문을 하나의 토론 주제로 삼아 이야기를 나누고 결국 ‘과거시험이 종래의 암기식에서 벗어나, 특히 종장에서 대책을 서술하도록 논술식을 강화하자’는 아이디어를 얻게 된다.

이 글을 공유하기

다른 게시글

수업소감 17

오정근 교수님의 글말 교실 강의를 듣고 자신있게 말하기에서 소개해주신 방법이 상기되어서 좋았습니다. 학기 마무리 부분에서 복습하는 느낌도 들고 다시 머릿속으로 들어오니까 정말 그렇구나라는 느낌과 함께

에너지 저장소에 모인 아이들.

 “여기에 저에 대해 좋은 말을 써 주세요.”명찰을 보니 혁이었다. 청소년 비전캠프에 도착하자마자 키가 제법 큰 중학생이 불쑥 꺼낸 말이었다. 갑작스런 요청에 살짝 당황했으나 아이의 요구가

코치로서 가치와 소명은 무엇?

코칭은 앎을 다룹니다. 코치다운 코치로서 앎이 소중하기에 배움을 귀하게 여깁니다. 저도 그렇지만 누구나 더 잘 알면 더 잘 할 수 있습니다. ‘앎을 사랑’하기에 ‘배워서 남

영화 <미나리>와 <미생> 속 갈등

영화 를 보면 부부 갈등 장면이 여러번 나온다. 부부가 다투는 원인은 아직 살만하니까 그렇다는 점이다. 맞는 말이다. 왜냐하면 영화 후반부를 보면 알 수 있다. 오히려

수업소감 46

‘마음을 얻는 말하기, 나도 가능할까?’라는 수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교수님께서 자신의 단점, 즉 약점은 다른 관점에서 보면 자신의 강점일 수도 있다고 하신 점이 굉장히 인상깊다.

생각 잘하는 방법서

철학과 코칭은 지혜를 다루며, 존재와 인식을 다루는 공통점이 있다. 「오정근의 감정코칭」책은 퇴계 이황과 스피노자의 감정 철학을 토대로 감정의 본질과 인간의 마음 구조를 탐구한 책이다. 감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