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서를 활용한 인식전환 코칭

코칭은 바로 자각과 자기성찰을 돕는 과정입니다. 그 결과 고객이 자기인식의 전환을 맛보게 되면 내심 변화하고자 하는 의욕을 갖게 됩니다. 코칭과정에서 고객이 이런 전환을 느껴야 스스로 코칭이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인식전환이 그만큼 중요하기에 어떻게 하면 인식전환을 잘 도울까 고민하다가 찾아낸 것이 단서를 활용한 코칭이었습니다.

단서는 이른바 실마리입니다. 실마리는 고객이 하는 말 속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예컨대 고객이 무언가 싫다고 말하면 그것의 좋은 점은 무엇인가요? 로 묻는다거나, 자신감이 없다고 말하면 자신의 강점과 성취의 경험을 찾아주는 식입니다.

이런 것을 생각하게 된 계기는 「중용(中庸」이란 고전을 읽으며 크게 지혜롭다는 순임금이 사용하던 방식을 알고 나서였습니다. 순임금은 집기양단(執其兩端 )이라 하여 양끝을 다 잡았다고 합니다. 일단 소개하고 싶은 사례는 말끝(단端)을 잡아 코칭을 했던 경험이 떠오릅니다.

어느 대학생을 코칭할 때였습니다. 자기 전공이 자기 적성에 맞지 않아 고민을 하던 차에 만났습니다. 유명대학에 진학했다가 전공학과에 회의를 느껴 재수를 하여 국립대에 입학했지만 또다시 마음에 들지 않아 다른 학과수업에 청강을 하러 다니면서 코칭을 받게 된 사례였습니다. 그 학생은 자기 소개 글에 자기는 도피하는 삶을 살아왔다고 여러 가지 사례를 소개하면서 몇 차례 ‘도피’란 글자를 적어 놓았다. 반복된 단어여서 눈에 잘 띄였습니다. 처음 만나 인사를 나눈 후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

코치 : “학생은 도피하는 삶을 산 게 아니라 도전하는 삶을 산 것 아니에요?”

흠칫 놀라는 표정이었지만 싫지는 않은 표정이었습니다.

학생 : “유명 대학에 도전했었고, 또 국립대에 입학을 도전했잖아요. 지금도 청강하러 다니는 것도 도전하는 것 아닌가요? 내가 볼 때 가만히 안주하는 사람이 아닌 것 같은데 어때요?”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학생 : “그렇게 말씀해주시니까 그런 것 같네요.”

대답하는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고 마주치는 눈 빛에서 기운이 살아 움직이는 듯했다. 이어서 말을 건넸다.

코치 : “도전하는 삶을 살아왔고 게다가 성취도 잘하는 사람인 것 같은데 자기는 자신을 어떻게 생각해요?”

하고 묻자

학생 : “저는 여태 도피해왔다고 생각했는데 말씀을 듣고 보니 노력도 했고 그런대로 잘 해온 것 같아요.”

코치 : “방향성만 맞으면 그런 도전정신과 성취경험으로 뭐든 더 잘 해나갈 사람이란 생각이 드는데 어때요?”

학생은 맞장구와 함께 한층 단단해진 목소리로 자기가 정말 좋아하는 것이 뭔지를 소개하면서 하고 싶은 것을 시도해보겠다는 의욕을 드러냅니다.

진로코칭을 할 때에는 특히 자신감 회복이 기반이 되어야 하므로 자신에 대한 존재인식을 제대로 하면서 출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고객이 자신의 강점이나 미덕 등 못 보던 것을 코치가 거울에 비춰주어 주듯이 자기성찰(reflection)을 하도록 돕는 것이 코칭을 풀어가는 단초(端初)라 하겠습니다.

성찰질문)

– 내가 나를 못 보기에 거울을 봅니다. 나를 거울에 비춰줄 깨끗한 거울과 같은 사람은 누구인가요?

– 자신의 강점을 알기란 쉽지 않습니다. 자신의 감정을 찾기 위해 어디에서부터 실마리를 찾아보면 좋을까요?

이 글을 공유하기

다른 게시글

코치다움과 코칭다움

나는 코치다운가? 이런 질문을 해보며 두 가지 상황을 생각해보게 됩니다. 하나는 코치라는 모자를 썼을 때이고, 다른 하나는 그렇지 않을 때입니다. 코칭을 하러 기업에 가면 사람들이

가장 빈번히 느끼는 감정은?

단연코 감사입니다. 야구는 인생과 같다고 하는 말이 재미 있습니다. 왜냐하면 둘 다 ‘집에서 출발해서 집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제가 저 혼자만의 힘으로 집으로 돌아오거나 밥을

정체성에서 출발하는 코칭

코치들은 대개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는 뜻을 두고 코칭에 입문합니다. 코치로서 정체성이나 가치관이 확고할수록 자신의 역할이나 상황에 대한 판단을 제대로 하는 것인지 의심이 적어집니다. 왜냐하면

감사일기를 9년 넘게 써온 소감은?

저에게 좋으니까 사람들에게 권하게 됩니다. 제가 깨달았던 경험을 나누면서 했던 말들이 생각납니다. 첫째, 감사는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그때 그때 느끼는 것이다. 감사일기를 쓰기 시작한 초기

수업소감 13

‘겉만 보지 말고 속을 보자’라는 문구가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상대방과 대화를 할 때 내가 불편하다고 생각했던 부분을 선하게 되돌아보는 것이 중요한 일임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교수님이 예시로

존재를 알아주는 동기부여 코칭

코칭이나 티칭이나 리더십이나 공통적인 것은 사람을 살리는 일입니다. 사람의 기운을 살아나게 하는 것을 흔히 동기부여라고 합니다. 사람을 살리는 마음을 한자로 생물지심(生物之心)이라고 합니다. 이 말은 인(仁)